학동역 고급 갈비집 인테리어
화춘옥 강남점 브랜딩 · 설계 및 시공
학동역에 작업했던 카페와 갈비집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놓고 한참이 지나버렸다. 그 갈비집이 바로 화춘옥 강남점이다.
화춘옥은 1945년 수원 영동시장 싸전거리 일대에서 문을 연 수원 지역 최초의 양념 갈비집이다. 70여년의 세월 동안 3대에 걸쳐 수원 왕갈비의 맛을 이어온 집으로, 이번 작업은 그 헤리티지를 강남 한복판에서 다시 이어가는 새 지점의 #토탈브랜딩 과 #고급갈비집인테리어 를 함께 맡은 프로젝트였다. 로고와 패턴, 메뉴판과 테이블 세팅, 월그래픽, 간판, 그리고 공간 설계와 시공까지 전부 아임백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진행했다.
현장은 원래 평범한 고깃집이었다. 테이블마다 은색 배기 덕트가 내려오고, 어두운 목재 벽에 2층 단체룸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까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 고깃집의 모습. 이 공간을 바닥부터 천정까지 전부 걷어내고, 같은 고기를 굽더라도 전혀 다른 격을 가진 공간으로 다시 지었다.

첫 미팅 때 대표님께서 가장 강조하신 건 역사였다. 3대를 거쳐 이어온 음식점으로서 한국적인 느낌은 있되, 트렌드를 반영하는 컨템포러리함과 조화를 이룰 것. 그래서 우리가 잡은 방향은 '레트로가 아닌 모던 오리엔탈'이었다. 키워드는 ORIENTAL + MINIMAL + NATURAL. 한문이 섞인 조금은 진중해 보이는 브랜딩에 미니멀한 포인트, 그리고 네츄럴한 오브제와 플랜테이션의 조화.
로고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제안했다. 한옥의 주춧돌, 목기둥, 서까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라인 프레임 안, 무궁화를 아이콘화해 수술장식을 더한 빈티지한 엠블럼 안, 그리고 자음만으로 선을 아름답게 분할해 미니멀한 한국적 정서를 담은 안.


최종으로 선택된 건 자음만으로 그린 육각 엠블럼이다. 'WHACHUNOK SINCE 1945'. 선이 나뉘는 비례감과 간결함 덕분에 블랙과 브라스 위에서 모두 힘이 있고, 같은 선을 반복해 만든 패턴은 테이블 매트와 포장, 월그래픽까지 그대로 이어 쓸 수 있었다.





외관은 짙은 회색 전돌 타일로 감싸고, 상부는 결이 가로로 흐르는 줄무늬 석재로 마감해 브라스 로고 하나만 걸어주었다. 여러 간판을 덕지덕지 붙이는 대신 엠블럼과 이름만 남기니 오히려 길에서 눈에 잘 띈다.
독채 건물이라 1, 2층 파사드에 여유가 많았다. 입구 앞은 돌과 자갈을 깔고 현무암 오브제와 식재로 작은 정원을 만들어, 문을 열기 전부터 공간이 바뀌는 전환감을 주었다. 저녁이 되면 노란 빛이 창 너머로 새어 나오면서 고급 한식당다운 무게감이 생긴다.

공간 역시 한식의 재료를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쓰는 것이 핵심이었다. 전돌, 유리블록, 테라조, 석재. 하나하나는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재료들이지만, 색을 블랙과 짙은 회색으로 낮추고 브라스 포인트를 더하니 모던 오리엔탈의 분위기가 잡혔다.
특히 신경 쓴 건 빛이다. 천정 조명을 밝게 깔면 고깃집은 금방 식당이 된다. 그래서 천정 매립 라인 조명은 벽을 따라 낮게 흐르게 하고, 테이블 위에는 브라스 벽등을 달아 테이블마다 빛이 고이도록 했다. 석재 상판 위의 브라스 로스터가 그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인다.



공간이 생각보다 좁은데, 갈비집 특성상 숯과 불판을 나르는 카트 동선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석수를 욕심내지 않고 조금은 여유롭게 뽑았다. 1층은 6인석 4개와 4인석 9개, 2층은 6인석 4개와 4인석 14개. 원래 카운터 자리는 냉장고와 반찬을 서빙하는 공간으로 돌리고, 정리되지 않던 주방 앞은 아트월과 파티션으로 막아 팬트리룸으로 만들었다.
홀은 좌석을 칸칸이 막지 않으면서도 테이블끼리 시선이 부딪히지 않게 나누는 것이 과제였다. 그래서 벽을 세우는 대신 검은 각관으로 격자 프레임을 짜고 유리를 끼웠다. 선으로만 공간을 가르니 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도 각 부스는 제 영역을 갖는다. 유리블록 시공은 전문 시공가가 아니면 도면에서 맞춰둔 사이즈와 상관없이 하자가 나기 쉬우니, 도면 단계부터 줄눈까지 같이 그려두는 것이 좋다.





벽 한 면은 층층이 겹친 산의 풍경을 길게 그려 넣었다. 회색과 청색이 겹쳐지는 능선 벽화 위로 간접조명이 떨어지면, 고기 굽는 연기 사이로 먼 산이 보이는 듯한 풍경이 된다. 70년 넘은 화춘옥의 정서를 액자 속 사진이 아닌 공간의 배경으로 풀고 싶었다.
실내 곳곳에는 억새를 심은 유리 화단을 두었다. 차갑게 떨어지는 블랙 톤 공간에 유일하게 계절감이 드는 요소로, 입구 쪽 화단은 밖에서도 보이도록 유리 박스로 감싸 두었다.


계단실은 전돌 타일을 위아래로 길게 이어 붙여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자체가 담장 사이를 걷는 느낌이 들게 했다. 2층은 파티션 좌석으로 구성하고 가운데는 소방 기준에 맞춰 오픈석으로 비워두었다. 화장실 앞 대기 공간에는 원형 거울 뒤로 빛을 넣어 짧게 머무는 공간에도 같은 무드가 이어지게 했다.


통합브랜딩으로 진행하면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테이블 매트에는 로고의 선으로 만든 패턴을 깔고, 메뉴판과 냅킨 홀더, 나무 명패까지 공간과 같은 블랙과 브라스 톤으로 맞췄다. 손님이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 보는 것은 결국 테이블 위의 작은 것들이라, 공간의 톤이 여기서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벽면에는 1945년 수원 시절의 옛 사진들과 화춘옥의 이야기를 액자로 걸었다. 70여년 된 갈비집의 기억과 새로 지은 공간이 한 자리에 놓이는 장면이다.



공사는 2021년 8월 말부터 9월 초, 오픈 전날 밤까지 이어졌다. 철거부터 목공, 철골, 벽화, 간판까지의 과정은 시공기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오래 걸린 현장이었던 만큼, 완성된 모습을 보며 사진을 찍으니 또 보람찼던 현장이다.
계약 후 함께 맞춘 3D 투시도와, 같은 자리에서 찍은 완공 사진입니다. 손잡이를 좌우로 움직여 보세요.